역사 약탈혼 Ⅳ : 현대 터키에서의 약탈혼 2018/11/12 01:03 by tanrim




현대 터키 공화국 수립 이후 젠더 문제 역시 격변을 맞이했다. 세속주의와 서구화를 지상과제로 삼은 아타튀르크와 그의 후계자들은 스위스 민법을 일부 개작하여 터키 공화국의 민법 초안으로 삼았는데, 스위스 민법은 남녀평등권을 중시했음으로 자연히 터키의 민법 또한 남녀평등권을 품게 되었다.(김대성, 2006: 263) 또 국민교육을 통해 여성 의식 자체도 성장하여, 앞선 언급한 법적인 여성 지위의 강화와 함께 터키 사회에서 여성 지위의 강화가 일어났다.(Arat, 2008)


마찬가지로 약탈혼의 양상 역시 크게 변화되었다. 이전의 약탈혼이 신부대금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남성측의 일방적인 해결책에 가까웠다. 따라서 종래 약탈혼은 중앙유라시아 세계건, 이슬람 세계건 부정적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현대 터키에서는 여성 자신의 의식발달과 함께 집안의 반대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써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대 터키에 대한 묘사는 약탈혼은 가짜약탈혼으로써의 성격이 커진다. 하르트는 1940년대 후반부터 2004년까지 약탈혼을 통해 결합한 84쌍의 기혼자를 분석하여 연령층에 따라 약탈혼의 원인은 2가지로 파악했다. 고령층의 경우 그 부모가 딸에게 원치않는 결혼을 강요하자 그에 의한 충격에 의해 충동적으로 다른 남성과 도피한, 가짜약탈혼으로 자신들의 결혼을 묘사했다. 그보다 어린 나이의 약탈혼을 통해 결혼한 여성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남성과 결혼을 부모가 허락해주지 않은데 대한 대안으로 가짜약탈혼을 선택한 것으로 묘사했다. 특히 이들은 충동적으로 가짜약탈혼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가능한 대안들을 면밀히 고민한 뒤 몇 년이고 기다린 끝에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대 크르그즈스탄이나 카자흐스탄에서 신부대금의 문제로 인해 약탈혼이 급증한 것과 대비되는 바이다.(Hart, 2010: 66-68)


현대 터키에서 약탈혼은 두 가지로 대별된다. 첫째는 진짜납치혼Kız kaçırma이고, 둘째는 가짜납치혼kaçışma이다.(Magnarella, 1969: 149) 어느 쪽이건 간에 신부측 가문의 명예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진다. 만약 한 가정이 약탈혼을 당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방도는 3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유괴범을 잡아 강간죄로 법정에 세우는 것이고, 두번째는 복수에 나서는 것이다. 마지막 방법은 그들의 딸이 유괴범과 결혼하게끔 조치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이건, 유괴당한 여성이건, 사랑의 도피를 ‘선택’한 여성이건 심대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Hart, 2009)


1984년부터 1989년 사이 사클리Sakli 지역에서 약탈혼을 통해 14쌍의 부부가 탄생했다. 그중 5쌍의 부부는 가족들에게 결혼을 인정받지 못하여 마을에 남아있을 수 없었다. 이들은 인근의 다른 마을이나 도시로 이주해야만 했다. 아내쪽은 혼수감çeyiz은 커녕 자신의 소지품도 챙겨나올 수 없었다. 남편쪽은 가문의 유산에 대한 권리를 모두 상실했다. 부부들은 대개 빈털털이로 고향을 떠나게끔 강요받았다.(Ilcan, 1994: 280-81)


1993년의 통계에 따르면 터키 기혼자의 26%가 배우자를 스스로 찾았고, 54%는 여성쪽의 동의는 없었으나 중매를 통해 결혼헀고, 14%는 여성의 동의도 얻은 중매혼이었다. 납치혼의 경우 6%에 해당했는데, 이 가운데 진짜 약탈혼과 가짜 약탈혼의 비율을 알수는 없다. 지역별로 나누어보면, 서부의 경우 기혼자의 9%, 남부는 6%, 중부는 4%, 북부는 8%, 동부는 4%가 납치혼에 의한 것이었다. 도시와 농촌으로 나누어보면, 농촌의 경우 9%, 도시는 5%가 납치혼에 의해 결합한 쌍이었다.(Remez, 1998: 98)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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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오카자키 데쓰지, 《제도와 조직의 경제사》 2018/11/05 23:47 by tanrim

오카자키 데쓰지. 2017. 《제도와 조직의 경제사: 최신 이론, 새로운 개념》 2판. 이창민 옮김. 한울아카데미.


경제사 강의를 들었다. 좋은 수업이었지만, 강의노트만으로 진행된 점이 아쉬웠다. 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왔다. 그리고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그날 일기장에 적었다. “경제사 수업 들을 적에 알았다면.”


오카자키 데쓰지의 《제도와 조직의 경제사》은 경제사 교과서이되, 꽤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경제사 연구의 의미에서 시작하여 각 장마다 주제를 할당하는 것은 특별하지 않다. 독특한 점은, 연구사적으로 중요한 논문을 소개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전반적인 연구 동향 뿐만 아니라 흐름을 알 수 있고, 이 책을 토대로 관련 주제를 찾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기에 더해 책의 앞부분에 역자께서 경제사 자체의 연구 흐름도 간략히 정리해놓았는데, 이 점도 경제사라는 한 학문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우선 대공황 관련 내용이 적었다. 하나의 장을 할당할만한 주제라 생각한다. 그 다음은 아쉬웠다기보다는 부러웠던 점인데, 몇몇 장에서 한 꼭지씩 빼서 일본 경제사를 다루고 있더라. 마지막으로, 그리고 제일 컸던 불만은 책의 가격이다. 책은 260쪽 정도인데, 가격이 26,000원이었다. 물론 종이도 좋고 하드커버에 실제본으로 완전 튼튼한 친구이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2.6발은 좀.... 읽고 난 뒤에는 그래도 책 내용이 참 좋아서 돈은 안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사는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 2018년 8월 5일 일요일 구매

도서 김승욱, 『제도의 힘』 2018/11/03 02:26 by tanrim

김승욱. 2015. 『제도의 힘: 신제도주의 경제사 시각에서 본 국가의 흥망』. 프리이코노미스쿨.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효율적인 경제 시스템의 구축이 한 사회의 흥망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책은 이 주제를 이론적 설명보다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책의 첫 네 장은 국가 간 빈부격차에 대한 기존의 설명과 그 한계를 지적한 뒤, 이를 보완해줄 제도론적 시각을 소개한다. 다음 네 장은 시대순으로 시장경제 시스템의 핵심 제도들이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한다. 그리고 한국 경제의 발전을 제도론적 관점에서 해설하는데 한 장을 할애한 뒤, 나머지 두 장을 통해 20세기 경제사와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직관적 설득력에 의존하는 만큼 흥미진진함을 느끼며 책장을 넘겨나갔고, 책을 덮을 무렵에는 자연스럽게 책의 관점에 동의하게 되었다. 결국 경제적 번영은 제도에 의해 결정되고, 그 제도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경제학은 언제나 정치경제학이 아니였던가?


물론 엄밀한 학술 서적의 관점에서 볼때 직관적 설득력에 의존하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전문적 학술 서적이라기 보다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것인 만큼, 이와 같은 구성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또한 참고문헌을 상당히 세세하고 꼼꼼하게 작성하였기 때문에, 신제도주의 경제사 공부를 시작하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물론, 원서와 번역서의 서지사항을 뒤섞은 실수나 개빈 멘지스의 저서를 인용한 치명적인 함정을 적절하게 피한다면 말이다)




* 2018년 5월 26일 토요일 구매

문화 넷플릭스, ‘Ottoman Rising’ 제작 예정 2018/10/31 00:36 by tanrim


젠틸레 벨리니, 《오스만 술탄, 정복자 메메드의 초상》, 1480년 작, 캔버스에 유채,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넷플릭스는 6부작 사극 Ottoman Rising 제작 예정. 주인공은 15세기 오스만 제국의 군주 메헴메드 2세이다. 메흐메드 2세는 1432년에 태어나 1451년부터 1481년까지 30년 간 오스만 제국을 통치했고, 특히 1453년 콘스탄티누폴리(지금의 이스탄불)를 정복하여 ‘정복자’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 시리즈는 드라마적 요소와 다큐멘터리를 혼합하여 메흐메트 2세의 삶에 대해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터키쪽 기사들에 따르면, 극은 메헴메드 2세가 12세의 나이로 1차 즉위하던 시점(1444년)에서 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Ottoman Rising' Limited Series Lands at Netflix (The Hollywood Reporter)
Netflix'ten Osmanlı dizisi (En Son Haber)

역사 약탈혼 Ⅲ : 오스만 제국에서의 약탈혼 2018/08/09 15:04 by tanrim





몽골 침입으로 인해 이슬람 법 체계는 중대한 발전을 경험했다. 이는 일종의 세속법전이라 할 수 있는 카눈나메ḳānūn-nāme의 등장이다. 칭기스 칸의 자삭ǰasaγ(튀르크어로는 야사yāsā. 문자 그대로 ‘법’을 의미)와 그것에 대한 신성시는 왕조의 법이 충분히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는 관념을 이슬람 세계에 확산시켰다. 군주의 독립적인 입법권ʿurf에 기초하여 재정된 성문법 카눈은 대개 샤리아가 다루지 않거나 시대 상황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에서 실제로 적용되는 법 조항들을 마련했다.(이은정, 2013: 203) 몽골 제국이 무너진 후 생겨난 많은 튀르크몽골 국가들에서도 자삭에서 영감을 얻은 실정법들이 야삭yasaḳ 또는 카눈ḳānūn이란 이름으로, 또 이를 모은 법전이 야삭나메yasaḳ-nāme 또는 카눈나메란 이름으로 형성되었다.(İnalcık, 1997: 562)


강간과 별도로 성교를 위한 소년, 소아 그리고 여성의 납치를 범죄로 규정한 것 역시 샤리아에 의거한 것이 아닌 카눈에 의거한 것이었다. 둘카드르조Dulqadırlı(아랍어: Dhūl-Qādiriyya)와 오스만조의 카눈나메에서 납치는 범죄로 규정되었다. 둘카드르조의 군주 알라 알다울라ʿAlāʾ al-Dawla(1515년 사망)가 제정한 카눈나메에서 납치혼의 문제는 매우 복잡하게 규정되어 있다. 이는 둘카드르조 영토에서 부족간 약탈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하튼, 둘카드르조에서는 납치자 개인에 대한 벌금 규정(진짜납치혼이냐 가짜납치혼이냐에 따라 20개에서 30개 사이의 금화)이 존재했고, 부족 약탈에 동참한 이들에 대한 처벌 조항도 존재했다. 처벌 사례들로 반추해볼때, 약탈대의 각 구성원들은 각각 8개에서 15개 사이의 금화를 벌금으로 지불해야 했으며, 이와 별개로 약탈 과정에서 부상입은 이들에 대한 보상금 또한 존재했다. 마찬가지로 오스만 국가의 바예지드 2세Bāyezīd II(재위: 1481년 ~ 1512년)와 셀림 1세Selīm I(재위: 1512년 ~ 1520년)의 카눈나메에서는 소년, 소녀 그리고 여성을 납치한 남성에 거세의 형벌을 가하는 것을 규정했다.(Semerdjian,2009; Ergene, 2011)


1850년부터 1858년까지 제정된 근대 오스만 법전에서 납치혼은 범죄로 규정되었다. 1858년법에서 소년 납치에 대해서는 3개월에서 1년 사이의 징역형에 처해졌다. 피납치자가 소녀인 경우 처벌은 더 가중되어, 3년에서 15년 사이의 노역형에 처해졌다. 만약 피납치자가 미성년 여성이며, 성적으로 학대받은 경우, 강간범은 극형에 처해졌다. 만약 피납치자가 성년 여성인 경우 3개월에서 3년 사이의 징역형이 선고되었다. 만약 여성이 기혼자라면 3년에서 15년 사이의 노역형이 선고되었다. 납치에 가담한 사람의 경우 1개월에서 6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되었다.(Ergene, 2011)


이전에 비해 강력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오스만 시대에도 여전히 약탈혼은 빈번했다. 특히 농촌이나 동부의 유목민 거주지대에서 그러했는데, 이는 오스만 국가가 유목민 거주지나 농촌에 대한 통제력이 약했기 때문이다.(Ergene, 2009)



에두아르드 프레데릭 빌헬름 리히터, 하렘. 하렘의 여인들 상당수도 납치혼의 피해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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